아시아 최강의 축구국을 가리는 아시안컵이 성황리에 종료되었고 이와 더불어 아프리카 최고의 축구국을 가리는 아프리카 네이션스 컵이 드멘 "디디에 드로그바"로 유명한 축구의 나라 "코트디부아르"의 우승으로 종료되었습니다. 하지만 코트디부아르가 마냥 쉽게 우승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대한민국 국가대표팀과 비슷한 상황에서 완전히 다른 과감한 결정을 내리면서 우승을 하게 되었는데요. 그 내용은 무엇인지 그리고 "코트디부아르"를 보면서 대한민국의 축구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예선전
코트디부아르의 첫 번째 조별리그 경기는 기니비사우와의 경기였습니다. 이 경기에서는 2:0으로 이기면서 깔끔한 시작을 알렸습니다.
하지만 2차전부터 코트디부아르는 삐걱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빅터 오시멘(나폴리), 빅터 보니페이스(레버쿠젠) 등 엄청난 공격수가 즐비한 우승후보 나이지리와의 경기에서 0-1로 패배하였고 3차전에서는 적도 기니와의 경기에서 0-4로 패배하게 되었습니다. 이 패배는 코트디부아르가 홈에서 패배한 가장 큰 패배였으며 개최국이었던 코트디부아르의 팬들은 울고 있었습니다. 조 3위로 쳐진 코트디부아르는 16강 진출이 희박해진 상황이었고 아시안컵과 마찬가지로 각 조 3위 팀 중 성적이 좋은 4개 팀에만 추가로 주는 16강행 티켓을 바라는 상황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승점뿐만 아니라 득실차에서도 대패를 당하는 바람에 불리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사실상 탈락이라는 소리가 많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코트디부아르 축구 협회는 코트디부아르의 감독이었던 가세 감독을 경질하고 코치였던 에메르스 파에 감독을 임시감독으로 승격시켰습니다. 파에 감독은 이전에 성인 팀을 맡은 적이 없었던 초보 감독이었기 때문에 이 의견에 대해서 반신반의하는 팬들이 많았지만 결국 과감한 결정이 내려지게 되었습니다. 미국의 스포츠 매체 디 애슬래틱에서는 이 상황을 보고 "대륙에서 가장 압박감이 높은 직업에 낙하산을 타고 내려왔다"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습니다.
어수선한 와중에 뜻밖에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바로 코트디부아르의 16강 진출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기쁨에도 잠시 초보 임시 감독이었던 파에 감독이 상대해야 할 팀은 전 대회 우승팀이자 파페 사르(토트넘), 사디오 마네 (전 리버풀 현 알 나르스) 등 좋은 선수들이 즐비한 또 다른 우승후보 중 한팀이었던 세네갈이었습니다. 다행히도 16강 전에서는 코트디부아르의 핵심 공격수 세바스티안 알레 (도르트문트)가 뛸 수 있다는 점이 위안이었습니다.
토너먼트
16강 전에서는 세네갈 대표팀과의 혈투가 이어졌습니다. 전반 4분부터 하비브 디알로의 선제골로 앞서갔지만 후반 막판 전 바르셀로나의 미드필더 프랑크 케시에가 페널티킥을 성공시켜면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고 연장혈투 끝에 승부차기에 돌입했습니다. 그 결과 코트디부아르가 승부차기 스코어 5:4로 승리하면서 짜릿한 승리를 만들어냈습니다. 이 경기의 승리로 개최국의 이점을 살려 최고의 분위기로 8강 전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8강 전에서는 말리 대표팀과의 경기였습니다. 이 경기에서는 전반전부터 레드 카드로 퇴장당한 코수누(레버쿠젠)의 공백으로 인해 힘든 경기를 펼쳤습니다. 그러던 와중 후반 71분경 네네 도르겔레스에게 실점을 허용하면서 1:0으로 끌려갔습니다. 10명이 싸우는 와중에 골을 넣어야 하는 상황에서 이번에도 후반 막판 90분에 시몬 아딩그라 (브라이튼)의 결정적인 골이 들어가면서 승부는 연장으로 넘어갔습니다. 10명이 싸우는 와중에도 집중력을 잃지 않았던 코트디부아르의 전사들은 연장 후반 122분 03년생의 젊은 공격수 우마르 디아키테(랭스)의 극적인 골로 역전승을 일궈냈습니다. 이 승리로 코트디부아르를 응원하는 팬들은 마치 아시안컵에 대한민국을 보듯 "좀비축구"라는 별명을 지어줬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골 셀레브레이션을 하던 디아키테가 경고 누적을 받으면서 4강 전에는 나설 수 없게 된 상황이었습니다.
4강 전에서는 콩고민주공화국 대표팀과의 경기였습니다. 드디어 고환암을 딛고 존재감을 보여주기 시작한 세바스티안 알레 선수의 65분 결승골을 앞세워 비교적 이전 경기들보다는 쉬운 승리를 만들어내면서 결승전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결승전
결승전의 상대는 강력한 우승후보인 나이지리아였습니다. 하지만 기세가 오른 코트디부아르는 결승전에서 초반 30분 동안에는 나이지리아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선제골은 전반 38분 나이지리아의 센터백 윌리엄 트루스트 에콩 선수에게 나왔습니다. 최근 나이지리아는 19번의 경기동안 선제골을 넣으면 다시는 리드를 내주지 않을 만큼 수비 집중력이 대단한 팀이었으나 후반 17분 경 케시에가 헤딩슛을 성공시키면서 단숨에 동점골을 허용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코트디부아르의 히어로 알레 선수가 82분 결승골을 넣으면서 2대1로 승리하게 되었습니다.
결승전 장소는 바로 기니와의 경기에서 4:0으로 졌던 그 경기장이었습니다. 3주 전 팬들의 야유와 실망은 3주 후에 엄청난 팬들의 함성과 환호로 바뀌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 경기에서 아쉬운 것은 바로 빅터 오시멘 선수의 부진이었습니다. 나폴리 최고의 스타이자 현 아프리카 최고의 스트라이커인 그는 인간 사이클론이라는 별명과 다르게 7경기에서 단 한 골에 그치는 부진에 빠졌습니다. 그 이유는 오시멘이 사실 나이지리아의 감독인 페세이로 감독의 역습 특화형 축구의 희생양이었기 때문입니다. 창의적인 미드필더가 없는 나이지리아의 오시멘은 양질의 패스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시멘은 끝까지 불굴의 의지를 갖고 덤벼들었습니다만 부상과 엄청난 더위 속에 부진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패배하고 말았습니다.
코트디부아르는 이렇게 극적으로 2015년 이후 챔피언에 등극했으며 임시감독직을 맡고 있는 파에는 인터뷰에서 "이건 동화 그 이상입니다.", "내가 겪고 있는 일을 깨닫기가 어렵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겪었던 힘든 시간들을 생각하면 정말 좋고 행운이며 우리는 기적을 누렸습니다"라는 코멘트를 남겼습니다.
대한민국과 비슷하면서 다른 결과를 만들어냈던 코트디부아르
고환암을 딛고 결승골을 넣은 세바스티안 알레, 손흥민의 친구이자 전 토트넘의 동료였던 코트디부아르의 주장 "세르주 오리에"의 리더십, 그들의 별명 좀비축구까지 그들의 축구는 마치 아시안컵의 대한민국을 보는 듯했습니다. 세바스티안 알레처럼 부상임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뛰어줬던 황희찬 선수, 호주 전에서 혼자만의 힘으로 승리를 이끌었던 손흥민 선수의 리더십 그리고 사우디 전과 호주 전을 치르면서 얻은 자신감과 좀비축구라는 별명 등 비슷한 점이 많았습니다. 단 한 가지의 차이라고 하면 바로 축구협회의 결단이었습니다.
코트디부아르 축구협회는 욕 먹을 각오를 하고 경기력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여 감독을 빠르게 내치는 결단을 보여줬습니다. 이 판단을 바탕으로 우승컵을 들어 올렸습니다. 심지어 다른 나라들에 비해 스쿼드가 그렇게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그러나 대한민국 축구협회는 욕 먹을 각오도 없었습니다. 심지어 역대급 황금 세대로 불렸던 대한민국 대표팀의 경기력은 이미 말레이시아와의 3:3 무승부로써 판명 났습니다. 감독의 무능함 때문이었죠. 하지만 대한축구협회는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었고 기적만 바랬습니다. 또한 파에 임시감독과 다르게 클린스만은 전혀 간절함이 없었습니다. 입국 기자회견에서도 4강에 만족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런 감독을 끝까지 밀고 가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코트디부아르처럼 빠른 의사결정을 내리는 축구협회로 변화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축구협회의 혁신이 필요하며 정몽규 회장은 이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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